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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인사이드

더워서가 아니라 빈혈 때문이라고? '빙식증(얼음 중독)'

by psyinwr 2026.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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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워서가 아니라 빈혈 때문이라고? 내가 겪은 '빙식증(얼음 중독)' 이야기

유난히 덥고 습한 올여름, 다들 건강하게 보내고 계신가요?

날씨가 이렇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차가운 음료를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혹시, 음료를 다 마신 후 컵에 남은 얼음을 남김없이 와그작와그작 씹어 드시는 분들 계신가요?

아니면 집에서도 냉동실 얼음틀을 수시로 비우며 생얼음을 오도독 씹어 먹는 게 일상인 분들이라면, 오늘 제 이야기에 조금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바로 그 지독한 '얼음 중독'에 빠졌던 사람이었고, 그 원인이 단순한 더위 때문이 아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 그저 얼음 씹는 식감이 좋은 줄만 알았습니다

불과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저는 지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얼음 파괴자'였습니다.

카페에 가서 아이스 음료를 시키면 음료보다 얼음을 먹는 속도가 더 빨랐죠. 음료를 다 마시고 나서도 플라스틱 컵 바닥에 깔린 얼음조각을 기어코 다 입에 털어 넣고 와드득 씹어 먹어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너 이 안 시려?", "얼음을 왜 그렇게 다 씹어 먹어?"라고 물어볼 때마다 저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습니다. "그냥 더우니까 시원하잖아, 그리고 얼음 씹는 식감이 스트레스 풀리고 좋아서 그래."

 

심지어 겨울철에도 차가운 물과 얼음을 찾을 정도였으니, 그저 제 몸에 열이 많고 독특한 습관을 가졌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냉동실에 얼음이 떨어지면 왠지 모르게 불안해져서 한밤중에 편의점으로 달려가 컵얼음을 사 온 적도 있었으니까요.

▶ 우연한 건강검진, 그리고 뜻밖의 진단 '빙식증'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정기 건강검진을 받게 되었습니다. 며칠 뒤 검진 결과를 확인하러 병원에 방문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제 혈액 검사 수치를 보시더니 미간을 찌푸리시더군요.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 범위보다 한참 떨어져 있는, 꽤 심각한 '철분 결핍성 빈혈'이었습니다.

 

평소에 가끔 어지럽거나 무기력하긴 했지만,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만성 피로인 줄 알았지 빈혈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상담을 하던 중 의사 선생님께서 뜻밖의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혹시 평소에 얼음 자주 씹어 드시지 않나요?"

저는 깜짝 놀라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떻게 아셨냐는 제 물음에 선생님은 그게 바로 빈혈의 대표적인 숨은 증상 중 하나인 '빙식증(Pagophagia)'이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 내 몸이 보내는 간절한 구조 신호

빙식증은 영양가가 없는 흙, 종이, 머리카락 등을 먹는 '이식증'의 한 종류로, 특히 얼음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의학계에 따르면 철분 결핍성 빈혈 환자의 약 16% 이상이 이 빙식증을 겪는다고 하니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죠.

그렇다면 왜 철분이 부족한데 뜬금없이 차가운 얼음이 당기는 걸까요?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그동안의 제 행동이 퍼즐처럼 맞춰졌습니다.

1) 뇌로 가는 산소 부족과 각성 효과

몸에 철분이 부족하면 적혈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뇌로 가는 산소량이 줄어듭니다. 이로 인해 뇌가 피로해지고 머리가 멍해지는데, 이때 차가운 얼음을 아작아작 씹으면 안면 근육과 턱관절이 자극되면서 뇌로 가는 혈류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합니다. 즉, 제 뇌가 살기 위해, 스스로 잠을 깨우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얼음을 찾게 만든 '각성제'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2) 구강 내 열감 감소

빈혈이 심해지면 입안의 점막이 얇아지거나 혀에 미세한 염증이 생겨 붓고 열감이 느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불편한 열감을 식히기 위해 본능적으로 차가운 얼음을 입에 물고 있게 된다는 것이죠.

단순한 제 기호나 습관인 줄 알았던 얼음 중독이, 사실은 살려달라고 외치는 내 몸의 간절한 구조 신호였다는 사실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 얼음을 끊고 건강을 되찾는 과정

그날 이후로 저는 즉시 철분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철분 흡수를 방해하는 커피나 홍차 섭취를 확 줄이고, 철분이 풍부한 소고기, 시금치 같은 식재료와 철분 흡수를 돕는 비타민 C를 식단에 적극적으로 추가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건 '얼음 끊기'였습니다. 초기에는 금단 현상처럼 얼음이 미친 듯이 씹고 싶었지만, 제 치아 건강을 위해서라도 참아야 했습니다. 얼음을 단단한 상태로 계속 씹어 먹으면 치아의 에나멜이 마모되어 치아 균열 증후군이 올 수 있고, 턱관절 장애나 심한 위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얼음이 당길 때는 차가운 물을 천천히 마시거나, 얼음을 입에 넣더라도 씹지 않고 살살 녹여 먹는 식으로 버텼습니다.

 

놀랍게도 철분제를 꾸준히 복용한 지 두 달 정도가 지나자, 피로감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그토록 갈망하던 얼음에 대한 집착이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도 얼음은 컵에 그대로 남겨두는, 지극히 평범하고 건강한 일상을 되찾았습니다.


▶ 맺음말 

우리는 종종 우리 몸이 보내는 작고 미세한 신호들을 '그냥 날씨 탓', '피곤해서', '내 독특한 취향이라서'라는 이유로 무심코 넘겨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고 정직해서, 무언가 결핍되었을 때 반드시 어떤 방식으로든 티를 내기 마련입니다.

만약 여러분이나 여러분의 가족, 친구 중에 유난히 얼음에 집착하고 하루 종일 얼음을 달고 사는 분이 있다면, "이 안 시려?"라는 농담 대신 "최근에 많이 피곤하거나 어지럽지 않아? 철분 수치 검사 한번 받아볼래?"라고 따뜻한 조언을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요?

 

올여름은 얼음을 오도독 씹는 대신, 영양 가득한 건강식과 충분한 휴식으로 진정한 의미의 '시원하고 건강한 여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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